내 어지간하면 최근 작가들에 대해서는 호의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이지만,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번 사단을 살펴보니, 다른 원인들도 있지만 카렌 트래비스 자신의 자기 설정에 대한 집착이 큰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원래 설정에 대한 집착은 이 바닥 뿐만 아니라 작가들이라면 어느 정도는 다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류의 공통된 세계관 위에서 각자 노는 방식의 소설을 쓸때, 자기 관점에서 보고 그게 옳다고 주장하는 식으로 밀어붙인다면, 결국 둘 중 하나라는 게지, 자기가 따당하고 망하거나, 아니면 그 세계관 자체가 망하거나.
티모시 잰이 욕을 먹는 이유가 그가 쓴 소설이 재미 없어서가 아니다. 앤더슨도 마찬가지고, 스택폴도 그렇다. 아니, 스택폴은 애교수준이긴 한데, 앤더슨이나 티모시가 욕을 먹었던 건, 루카스가 판을 깔고 팬들과 작가들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스타워즈를 자기 스타워즈로 착각했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다른 작가들 물먹이기가 예사였던 것도 사실이고. 여기서 톰 베이치 이야기 굳이 다시 꺼낼 필욘 없겠지.
때문에 델레이 시대로 접어들면서, 사실상 모든 소설의 설정 조율이나 스토리상의 컨설팅을 담당하면서도 자기 캐릭터나 설정을 내세우려 하지 않는 제임스 루세노가 기둥으로 자리잡고
(루세노 소설 중에 자기 설정 빡빡 내세우는 게 얼마나 있었나 생각해봐라, 없다-_- 다 남의 설정 살려줬지.), 이후 다른 작가들이 티모시-앤더슨 등을 대체하며 속속 그 자리를 메우는 현상을 매우 즐겁게 본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 즐거움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카렌 트래비스였다고 봐도 좋을 터이고....
한데, 지금 보아하니 카렌 트래비스가 자기가 거둔 성공에 좀 지나치게 맛을 들인 것 같다.
카렌의 논리는 간단하다. -
이제까지 누가 클론에 인격을 부여할 생각을 했었느냐, 그들을 만화에나 나올 법한 뿅뿅뿅에서 피와 살을 가진 진짜배기 군인으로 만들고 캐릭터를 부여하고 스토리를 엮어낸 게 바로 나다. 클론 전쟁은 솔까말 내가 만들어낸다고 해도 별로 상관없지 않겠느냐. 근데 그런 내가 보기에 지금 클론전쟁 관련 설정들이나 세계관에서 맘에 안 드는 게 좀 있고, 마침 루카스도 손을 대겠다 하니 나도 그런 자잘한 것들은 좀 손을 대보겠다.- 좀 거친 요약이긴 하지만, 크게 다르진 않을 게다. 그리고, 지금 내가 확인한 바로는 LotF 스토리가 그 지경이 된 것도 제다이와 클론과 맨달로리언을 연결짓고자 한 카렌의 의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 그런데, 그 결과를 환영하는 팬들은 지금 거의 없는 게 실정이다. 그걸 알면서도, 카렌은 또다시 자기 뜻을 관철하고자 하는 게라. 지금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하고 본다면, 카렌의 그것에 비해 티모시의 드레드노트며 스론이며 타령은 차라리 양반이었다. 그
'자잘한 것들'에 팬들이 얼마나 목을 매는지 모르는 건가? 이게 지금 맨달로리언 언어에 매달리고, 공화국 군대 편제에 매달리던 사람이 할 소리인가? 이런 사고방식으로 LotF를 그렇게 썼다고 생각하니 내 지금 뒷꼭지에서 불이 치솟아 오르는 기분이다?
한마디로, 루카스조차도 이제까지 그 근본만은 쉽게 건드리지 못했던, 1) "루카스가 판을 깔고", 2) "팬들과 작가들이 만들어간다"는 EU의 기본에 반하는 짓을 시작했다는 게다. 지금이야 루카스가 뒤를 받쳐주고, 팬들 중에서도 재미만 있다면 그만이라는 사람들이 있으니 당장은 상관없을지도 모르겠지만, 티모시 잰이나 케빈 앤더슨의 전성기도 무려 10년에 달한다. 그 이후 그 양반들이, 적어도 EU에서는 어떤 처지로 굴러 떨어졌는지 생각을 하면 이렇게는 안 한다. 당장 자기 손으로 티모시가 그렇게나 애지중지하던 카르드며 마라며 펠레온이며를 어떻게 작살냈는지 생각해보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기 캐릭터 내지는 자기 설정을 그렇게 작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왜 못하나? 까놓고 말해 지금 매튜 스토버처럼 한 10년쯤 있다가 누가 '카렌 트래비스 이전으로 돌려놓겠다!'라고 외치며 클론워즈 소설 쓰지 말란 법이 어디 있겠나?
포럼의 누군가도 말했지만, 작가들이 못해서 안 한 게 아니다. 클론이라는 데서 생길 수 있는 한계, 그리고 말은 클론 전쟁이라 하나 그 주역에는 스카이워커를 대표로 하는 제다이와 시스의 암투가 있어야 한다는 루카스 원 설정에 대한 존중, 좐 오스트랜더며 스티브 바네스며 마이클 리브스며, 다들 마음만 먹으면 설정 뒤집개 따위 못할 게 없는 양반들인데, 이거 너무 다른 작가들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
지금 당장 속단할 마음은 없다. 카렌 트래비스는 분명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고, 그것만으로도 존중받아야 마땅할 사람이며, 아직까지는 EU의 가장 화끈한 여전사로서 팬들의 사랑을 받기 충분한 면모를 더 많이 보여주고 있다. 지금 이 모습도 어쩌면 그냥 일시적인 바람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사실 그랬으면 좋겠다. 그 이름만으로도 안도감을 주는 괜찮은 작가란 정말로 얻기 힘든 세상이란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아마 그녀는
'많은 팬들과 소통하는 편이 몇몇 평론가들한테 좋은 소리 듣고 마는 것보다 낫다'는 자기 말을 스스로 부정하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될 거고, 이미 티모시를 비롯한 부정적인 예가 제시된 지금 상황에서는, 아마 그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대접을 받게 될 게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아마도 스타워즈 세계관 또한 구제하기 어려울 만큼 상처를 입고 있을 테고, 티모시 이후 EU가 겪어야 했던 혼미 이상의 혼미를 겪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 카렌에게 돌아가는 팬들의 찬사가, 아마 그 뜨거운 정도만큼이나 가혹한 비판으로 변하게 될 터인데, 물론 그때도 지금 티모시 훌리들처럼 훌리들은 남겠지만, 그게 얼마나 달가울지는 내 잘 모르겠다.
P.S. 카렌 트래비스가 제 2의 티모시 잰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카렌 밀러는 제 2의 마이클 큐브맥도웰이 확실한 것 같다.